시즌 1, 에피소드 6: 2003년 2월 24일 (월) / 제 6 회 ▶ 어둠 속의 30분 저 사람이 저를 성폭행한 범인입니다! 1996년 11월 새벽 6시, 혼자 사는 한 20대 여성이 열려진 화장실 문 을 통해 침입한 강도에게 현금 7만원을 빼앗기고 성폭행까지 당하 는 사건이 일어났다. 단서는 범인이 가져갔다는 피해자 윤지영(가 명)의 호출기 번호. 범행 10여일 후, 범인은 대담하게도 피해 여성 에게 호출을 해왔고 전화를 통해 스스로 범인임을 밝혔다. 호출기에 남은 전화번호를 근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호출의 장소가 인근 호프집임을 확인했다. 호프집 여주인을 제외하고 가 게문도 열지 않은 오전 8시에 호프집에서 피해자를 호출할 수 있 는 사람은 호프집 열쇠를 가지고 있던 단 한사람, 당시 근처에서 횟집을 운영하며 새벽녘까지 호프집에 술을 마시러 드나들던 최만 호(가명)뿐이었다.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최만호의 집에서는 호프집 열쇠와 함께 피해자가 범인의 옷이라고 진술했던 남색 점퍼가 발견되었으며, 피해자의 집에 실수로 두고 간 칼 또한 범행의 증거물로 떠올랐 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최만호를 보자마자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물증과 피해자의 증언! 이로써 최만호가 범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실이 되었고 최만호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 기에 이른다. 이상한 증거믈 항소심 법정에서 피고인 최만호. 이미 모든 증거가 제시된 상태에 서 더 이상의 재판은 무의미해 보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최만호 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은 사건 당시 수사상의 모순점들을 하나씩 찾아내기 시작했다. 우선 성폭행 사건의 경우 범인의 체액이나 지문, 머리카락 등 직접 적인 증거들이 얼마든지 제시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서는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옷과 정체불명의 칼만이 범행 증거물 로 채택되었을 뿐이었다. 검사는 피해자 윤지영이 여성으로서의 수치심 때문에 범행 현장 을 깨끗이 청소한 후, 경찰에 성폭행 사건이 아닌 단순 강도 사건 으로 신고했기 때문에 초동수사가 불가능했다고 항변했다. 그러 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칼이나 옷은 성폭행 범죄의 직접적 인 증거물이 될 수 없었다. 호프집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최만호 뿐인가? 처음 피고인 최만호를 범인으로 지목한 강력한 증거가 되었던 호 프집 열쇠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었다. 주인도 없는 호프집에 서 마음놓고 호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열쇠를 지닌 최만호 뿐이라 는 검사의 주장과는 달리, 최만호가 구속된 후에도 호프집에 수차 례 도둑이 들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호프집에서 호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최만호가 아닌 제3의 인물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이 제기되었다. 그녀는 무엇을 보았나? 여러 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는 바 로 피해자 윤지영이 피고인 최만호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범 인으로 지목했다는 것! 성폭행 범죄의 경우 피해자 진술만큼 확실 한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범행 시각은 아직 해가 뜨기 전인 11월의 새벽 6시. 더구나 피해자의 방은 반지하인데다 커튼까지 쳐있던 상태여서 빛이 새어 들 틈이 없었다. 결국 피해자 윤지영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범인 을 보았다는 것인데. 30분 이상 범인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이미 어둠이 눈에 익어 범인 의 얼굴을 충분히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검사의 주장과 윤곽만 기 억하고 있는 상태에서 단 한 명의 용의자로 지목된 최만호를 본 순 간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믿어버린 것 뿐이라는 변호사의 주장은 이 때부터 팽팽히 맞서기 시작한다. 과연 최만호는 윤지영을 성폭행한 진범인가? 어둠 속의 30분, 그녀는 무엇을 보았는가? 이번 주 실화극장 [죄와 벌]에서는 1997년 일어났던 한 강도·성폭 행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