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매일 전쟁터로 출근한다. 겉으로 보기에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사무실에서도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면 컴퓨터를 통해, 혹은 전화기를 통해 얼굴 모를 상대방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과장되게 전화기를 통해 고함을 치지 않더라도, 바쁘게 서류뭉치를 들고 왔다 갔다 하지 않더라도, 속사포같이 두드려지는 키보드를 통해, 조근 조근 말하는 목소리를 통해 치열한 심리전이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정적 속에서 오직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바둑 기사들의 치열한 ‘수 싸움’과 같을 것이다. ‘미생’은 ‘바둑’만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주인공이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바둑을 잊고 싶어 하지만 결국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열쇠는 역설적이게도 바둑으로부터 얻은 통찰이다. “그래봤자 세상에 아무 영향 없는 바둑. 그래도 나에겐 전부인 바둑….”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휠체어에 탄 채 대국했던 조치훈 9단의 이 말처럼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고 작은 일일지라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정치’가 아니라 ‘일’로 평가 받으려고 애쓰는 이 땅의 모든 건강한 직장인들을 위한 송가가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