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보 양은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아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없는 소년 시라이시 준타. 반 친구나 선생님한테 좀처럼 인식되지 않고, 청춘의 무대에조차 올라갈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병풍 같은 그를 옆자리의 여주인공 소녀 쿠보 나기사만은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시라이시를 얼마나 주변 사람들이 눈치 못 채는지 궁금해진 쿠보는 수업 중에 일어서도 눈치 못 채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를 꺼냈는데.

시라이시가 현재 기대하고 있는 것은 좋아하는 만화의 신간 발매일. 의기양양한 채 서점으로 향했으나, 어째서인지 자동문이 그에게 반응하지 않아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시라이시는 한동안 꼼짝 못 하고 서 있어야 했지만, 어쩌다 지나가게 된 쿠보 덕분에 어떻게든 서점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쿠보는 시라이시가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만화에 흥미를 가졌고, 그에게 그 만화를 빌려 달라고 했는데.

집에서 좀 떨어진 서점에 방문한 시라이시. 누가 보고 던져둔 책을 보고 원래 자리에 돌려놓으려고 집어 드니, 그 책은 야한 책이었다. 동요하면서 곤란해하고 있자, 병풍일 터인 시라이시에게 어떻게 된 건지 여자 점원이 말을 걸었고.. 그리고 겨울의 어느 날. 쿠보와 이야기를 주고받던 시라이시는 쿠보로부터 언제 한번 밖에서 만나자는 말을 들었고, 날짜를 정하고 달력을 확인해보니 그날은 12월 25일이었는데..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교내에서 남녀 상관없이 어쩐지 어수선한 공기가 흘러도, 병풍 캐릭터인 시라이시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그냥 평일일 터였지만... 자리에 앉아보니 책상 서랍 안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확인해보니 하트 모양 초콜릿이 들어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그걸 다섯 번이나 쳐다보고 시라이시가 책상에 머리를 부딪치자, 그런 그의 앞에 쿠보가 나타났는데.

3월 어느 날. 달력의 3월 14일에 화이트 데이라고 적혀있는 걸 본 시라이시는, 밸런타인데이 때 자신의 책상 서랍에 있던 초코 쿠키를 떠올렸다. 평소처럼 가게 점원도 자신을 눈치 못 채는 상황에도 어떻게든 답례품을 구입하고 맞이하게 된 화이트 데이 당일. 시라이시는 쿠보를 복도로 불러냈는데.

물건을 떨어뜨렸을 때 시라이시는 그 물건의 주인임에도 사람들에게 인식되지 않았지만, 손수건을 떨어뜨린 어느 날 뒤에서 걷고 있던 소녀가 그것을 주워 그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이를 신기하게 생각하는 가운데 우연히 그녀가 쿠보의 사촌 여동생인 사키이며 서점에서 만났던 여자는 쿠보의 언니인 아키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각을 한 시라이시는 수업 중에 교실에서 나온 쿠보의 상태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