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전쟁 전 이남지역이었던 개성. 어린 아들의 병이 위독해 병원비가 필요한 석구는 개성상사집 아들 덕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하지만, 덕수는 이를 매정하게 뿌리친다. 실랑이 끝에 덕수가 쓰러지고, 석구는 덕수가 떨어뜨린 돈을 훔치듯 들고 달아난다. 다음날, 겨우 아들을 살려놓은 석구.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인가? 어젯밤 덕수가 죽었다고 한다. 게다가 범인은 석구의 절친한 친구이자, 개성상사의 여사장인 금순으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던 김형만 주임이라고 하는데…
석구는 형만을 찾아가 그의 결백을 확인하고, 이 사건의 범인이 자신일거라 짐작하지만 차마 고백 하지 못한다. 그러나 형만의 아내 정옥이 금순을 찾아가 눈물로 호소하는 모습을 보고 곧 자수를 결심하지만,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시작돼 형만은 살인 누명을 쓴 채 죽게 되고, 피난길에 오른 금순은 실의에 빠져 스스로 죽음을 택하려 한다. 이 때 운명처럼 금순과 그의 손자의 목숨을 구하게 된 석구. 이들을 둘러싼 진실은 덮여진 채로 20년의 세월이 흐르는데…
20년 후, 인천. 석구와 금순은 다정한 모자지간이 되어 두부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금순의 5촌 친정조카인 백수는 이런 석구가 눈엣가시 모양으로 아니꼽다. 한편, 두부공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정태와, 재필 일당의 괴롭힘에도 정태를 믿고 지지해주는 다가구 식구들. 이들의 평화로운 일상 속으로 무서운 태풍 하나가 다가서고 있었으니… 정태 엄마를 만나기 위해 인천행 시외버스에 오른 정옥과 그녀의 딸, 은희…
정태와 다가구 식구들의 배려로 다가구에서 함께 살게 된 은희와 정옥. 정옥은 고반장의 배려로 순덕의 국밥집에서 일하게 되고, 은희도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데… 은희는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다 어느 처마 밑에서 성재를 마주하게 된다. 비 오는 날이면 20년 전의 일이 떠올라 고통스러운 석구의 마음과, 복잡하기 얽힌 인연은 꿈에도 모른 채, 성재는 은희를 보고 알 수 없는 설렘을 느끼는데…
은희와 성재가 비 내리는 처마 밑에서 서로를 향해 알 수 없는 설렘을 느끼고 있던 그 때, 정태는 은희 모녀가 살게 될 방을 정성스레 도배한다. 한편, 석구의 딸인 영주는 대학만 가게 되면 성재와 유학을 가리라는 꿈을 야무지게 꾸고 있다. 은희는 정태의 배려로 두부공장의 경리 면접을 보게 되고, 면접날 아침. 석구와 금순은 그녀가 누구의 딸일지 꿈에도 상상치 못한 채 은희의 밝은 인사를 받는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은희라고 합니다.”
두부공장으로 출근을 하게 된 은희. 백수는 석구가 뽑았다는 이유만으로 은희를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장터에서 스치듯 정옥의 모습을 본 금순은 잘못 본 것이려니 하면서도 20년 전 악연이 떠올라 밤잠을 설친다. 공장에 출근해 은희와 대면하게 된 성재는, 새로 오게 된 경리가 그녀라는 사실이 그저 놀랍고 반갑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