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시즌 3, 에피소드 126
마천루를 덮친 화마 그리고 최후의 생존자
마천루를 덮친 화마 그리고 최후의 생존자1971년 12월 25일 오전 10시. 명동의 중부소방서에 성탄절 아침의 적막을 깨는 요란한 출동벨이 울린다. 화재 신고가 들어온 곳은 소방서와 불과 700미터 떨어진 곳. 차로 2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한 박준호 대원이 본 현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21층짜리 초고층 빌딩이 마치 거대한 성냥갑 마냥 활활 타고 있었기 때문. 화마에 휩싸인 빌딩은 명동의 랜드마크로 불리던 대연각 호텔. 하루 숙박비가 당시 공무원의 월급과 맞먹는 수준으로 서민들에게는 꿈의 호텔로 불리던 곳이었다. 대체 이 초호화 럭셔리 호텔이 어쩌다 한순간 거대한 화마에 휩싸이게 된 걸까. 건물 외벽에서 쏟아지는 유리 파편과 화염에 소방관들이 접근조차 할 수 없던 그때. 박준호 대원의 눈에 놀라운 광경이 포착된다. 호텔 7층과 연결된 중간 옥상에 백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이들은 7층 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