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동물원
결혼식 비디오 촬영 기사 춘희는 식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반듯하고 세련된 국회위원 보좌관 인공을 짝사랑한다. 변변히 말도 못 건네고 가끔 마주치는 눈길 한번에 웃고 우는, 그야말로 사춘기 소녀같은 사랑이다. 그런 춘희의 보금자리에 말년휴가 나온 군인 철수가 무단 침입한다. 그는 애인 다혜가 이사 가버린 줄 모르고 여느 때처럼 다혜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찾아든 것이다. 다혜가 곧 다른 남자와 결혼할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철수는 다혜의 맘을 돌려보겠다며 춘희의 집에서 막무가내로 버틴다. 춘희는 이 낯선 남자의 뻔뻔함이 당황하기도 하지만 측은하게도 느껴져, 당분간 집을 나눠 쓰기로 한다. 짝사랑 중인 춘희와 실연 당한 철수는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서로의 상처를 한껏 헤집어 놓다가 안쓰러워지면 다독여주기도 하면서 조금씩 정을 붙인다. 춘희가 짬짬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에 철수가 끼어들고, 두 사람은 인공과 다혜를 분신으로 내세워 현실에서 못 다 한 사랑을 시나리오에서 풀어가기로 한다.
출연
심은하, 안성기, 이성재
감독
이정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