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을 만나는 동안 그녀의 마음을 만나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이, 열렬히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과 꼭 같을 거라 생각했다. 하경의 외도를 알았을 때조차 그저 참고 견디며 하경이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사랑을 되찾아오기 위해 투쟁을 회피했다. 식어버린 하경의 마음을 확인하기가 겁이 났다. 그러다 정말 하경이 떠나버리기라도 할 까봐 두려웠다. 결국 하경이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었을 때, 정원은 하경을 잡아 세우지 못한 자신에 환멸을 느꼈다. 사랑한다면서도 모든 것을 쏟아 붓지 못하고 물러섰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하경이 누워있는 5년 동안 하경을 정리하고 떠나 보내지 못했다. 하경을 기필코 살려서, 묻고 따지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그렇게, 사랑의 끈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하경은, 그런 기회를 주지 않고 죽어버렸다. 두 번째 사랑이 다가왔다. 정원은 달라지려 한다. 더 이상 주저하고 물러서지 않으려 한다. 자신과 그녀의 현실에 솔직하게 맞서려 한다. 하경을 닮은 마리의 얼굴을 사랑하는 것인가, 아니면 마리를 사랑하는 것인가. 내적 고뇌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것은 마리의 얼굴이 아니라 마리 자체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깨달음 이후 마리에게 직진하고 마리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건다. 마리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인욱으로부터 마리를 지켜내고자 모든 위험을 무릅쓴다. 그러다 자신이 파멸에 이르더라도... 사랑은 지켜낼 만한 가치가 있다. 이제 정원은... 아파도 행복하다. 정원의 가슴에서만 피어나는 꽃, 마리를 지켜낼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