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에피소드 1
공민왕20년(서기1371년)영전 안, 노국대장공주의 초상화를 마주하고 앉아 마치 살아있는 사람에게 건네듯 술을 따르는 공민왕에게 명덕태후는 용상을 탐해 폐하를 해치려고 한 신돈의 역모가 낱낱이 들어났다며, 신돈을 죽여 폐하의 위엄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국대장공주의 초상화를 바라보는 공민왕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린다.선경전 안, 기둥에 바싹 등을 대고 숨어있던 원현이 신돈을 향해 나오며 폐하를 죽이고 용상에 오를 기회는 수없이 많았다며,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죽음을 맞을 거냐며 용상을 노려보고 앉은 신돈에게 부르짖는다. 신돈은 공민왕5년(15년 전), 노국대장공주가 자신에게 조공사로 얼룩진 실록을 읽어주며 원제국이 멸망하기 전에 조공의 수치를 벗어 던져버려야 한다고 했던 일을 회상한다.공민왕20년(서기1371년)선경전에서 마주한 공민왕과 신돈, 두 사람은 노국대장공주의 영전 공사를 놓고 한 치의 접점 없는 대립을 계속한다. 노국대장공주의 혼을 기리는 영전 공사를 반대하는 이유를 묻는 공민왕에게 신돈은 근년에 가뭄이 계속되어 백성들의 생활이 궁핍하기 그지없다며 지나치면 부족한만 못하다고 한다. 공민왕은 사배(四拜)를 올리고 나가는 신돈에게 ‘그 문을 열고 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야’라고 내지르지만 신돈은 아랑곳없이 나가 버린다.선경전을 나온 신돈의 시선에 자객들의 칼날이 어둠 속에서 번뜩인다.“충목왕 3년(서기 1347년)” 연적과 종이 등 구입한 물건들을 안고 저자거리를 지나던 원현과 신돈, 북적대는 인파 사이를 거칠게 헤치고 나오는 몇몇 사내와 부딪히고 안고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뭔가 수상한 낌새를 알아챘듯 신돈이 정색을 하고 한발 나서지만 원현이 신돈을 가로막는다. 남대가 일각을 지나던 보우를 본 신돈은 합장 배례하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나와 보우 앞에 넙죽 엎드리고는 부르짖듯 묻는다. ‘어찌하면 저 같은 미천한 천승이 세상을 구할 수 있겠나이까?’